작성일 : 17-09-2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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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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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준 소록도이야기(1) 전남도민일보 연재-2008. 10. 20
땅끝마을 달림머리 추억
내가 초등학교를 다녔던 녹동(고흥군 도양읍)은 고흥반도의 땅 끝 바닷가 마을입니다.
우리 집이 있었던 남촌마을과 평화동은 남향의 양지마을이었고 북촌과 신정마을이 있었습니다. 북촌마을 바닷가 외딴 곳에 한센인들이 소록도 배를 타는 곳이 있었는데 우리는 그곳을 ‘달림머리’라 불렀습니다.
빨강기와를 얹은 작은 대기실 건물인데 그곳을 엄청 무서워해서 접근도 못했습니다.
한 친구가 잠두마을에 살았는데 그쪽 산길을 다녀야 했습니다. 그 친구는 책을 보자기에 둘둘 말아서 허리에 묶고 뛰어다녔습니다. 날마다 그렇게 했던 것은 달림머리 공포 때문이었습니다.
작은 섬 소록도는 송림이 울창하고 물이 좋아서 살기 좋은 곳이라 들었습니다. 여름이면 나는 친구들과 헤엄쳐 소록도를 오갔고, 송림이 우거진 소록도해수욕장에 다녀올 때면 동관사에 있는 시원한 샘물을 마셨습니다.
생수가 솟구쳐 물이 철철 넘치는 바가지 샘이었습니다. 일제 때 건축된 현대식 병원 건물과 직원들 사택도 좋아보였습니다.
소록도는 자유롭게 출입하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직원 가족이거나 공무라야 들어갈 수 있었고 철조망으로 구별된 환자지대는 보안이 더 철저했습니다. 환자건강과 관리질서 때문에 그러했을 것입니다.
5월이면 한센인 운동회가 열리는데 그 날은 운동장이 있는 환자지대까지 개방되었고, 전국에서 몰려온 가족과 구경꾼들로 녹동 부두는 인산인해였습니다. 아름다운 수목을 가꾸어 놓은 경관도 아름다웠지만 불편한 몸으로 체육대회를 하는 한센인들의 활기찬 모습은 참으로 신기해 보였습니다.
내가 기억하는대로 그 분들의 그 때 생활은 무척 어려웠습니다.
선창에서 소록도 배를 기다리는 모습을 자주 보았습니다. 덮개도 없는 트럭에 실려 먼 길을 오느라 흙먼지를 뒤집어 쓴 채로 감시를 받다가 배에 올랐습니다.
지금 말로 하면 인권이 전혀 무시되고 짐승처럼 끌려 다녔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부 시책으로 유랑 한센인들을 강제로 끌어다가 소록도에 격리시켰습니다.
한 번 들어가면 나오지 못하고 그곳에서 죽는다는 슬픈 섬이었습니다. 그래서 ‘천형의 섬’이라 하기도 했습니다.
풍랑 때문에 배가 끊기는 때가 있었습니다.
여러 날 지체되면 어쩔 수 없이 밥 때에 집으로 찾아가 문전걸식을 했습니다. 우리 집에도 왔습니다. 먹던 밥그릇에서 몇 숟가락을 깡통이나 밥그릇에 나눠드렸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이런 일에 익숙해 있었습니다.
공무원이 되어 녹동우체국에 근무하던 때(1963년)는
소록도로 들어가는 많은 소포우편물을 만졌습니다. 생활이 어려운 그들에게 가족이 보내오는 식량과 옷이 많았습니다. 눈물로 쓴 슬픈 사연을 담았을 편지 뭉치도 날마다 건네주었습니다.
지금은 소록도에 다니며 믿음의 형제들을 만납니다.
한 때는 6천 명 가족이었는데 7백 여 명으로 줄었습니다.
완치되어 퇴원했거나 정착촌으로 옮겨가고 또 세상을 떠났기에 썰렁한 고령화 마을로 변하고 있습니다. 목마른 사슴처럼 영혼이 갈급한 사람들.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 소망으로 인생의 황혼기 끝자락을 살아갑니다.
‘오직 예수, 오직 천국’ 소망의 섬 소록도는 그래서 ‘믿음의 성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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